시를 사랑하는 그녀에게

누군가가 어떤 장르의 문학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,

시를 *선호* 한다고 대답한적이 있다.

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때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딱히 안좋아하는지라

누군가를 기다릴때 짧고 강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그런 '시'가 좋았다.

단 몇 단어, 몇 구절로도 감동시키는 신기한 시

그 다음에는 무슨 시를 제일 좋아하세요? 라고 묻는다.

좋아하는 분야에서 무엇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것만큼 참 대답하기 힘든것이 없다.

좋아하는게 많으니까.

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..

김남조의 편지 와 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를 좋아한다.

고등학교때 정말로 좋아했던 문학 선생님이 계셨는데,

본인을 활자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좋아하셨고 

학생들에게 하여금 교과서 외의 문학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. 

그때 선생님 본인께서 대학을 다니셨을때 교수님이었던 김남조 시인의 시를 설명해주셨던 일이 기억이 난다.

이 후 도서관에서 김남조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았다. 그리고 편지라는 시를 만나게 되었다.

형용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이 넘치는 이 시가 정말 좋았다.

이 시가......얼마나 좋았냐면........ 대학교 1 학년때 남친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는, 막 연애를 시작한 친구에게 이 시가 담긴 시집에 북마크를 해두어 선물하라고 종용했을 정도..

..........................난 그때 왜그랬을까

앞으로 절대 다른 누군가에 나의 취향을 강요하지말아야지 !!

처음에는 그냥 남녀간의 사랑으로만 느껴졌었는데 자주 곱씹어 읽어보니 또 우리 가족이 생각난다..

내가 아빠를 놀리는 부분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<내 안을 비추는 영롱한 거울> 이라는 대목에서 ㅋㅋㅋㅋㅋㅋ

가끔 아빠는 입에 뭘 묻히고 식사하시는데, 그럴때마다 나는 말을 않고 조용히 내 입을 닦았다 ㅋㅋㅋㅋㅋㅋ 

식사를 다 마칠때쯤 난 "아빠는 정말 거울같은 사람이야.. 본인을 희생해서 다른사람에게 하여금 본인을 돌아보게하잖아..." 우하하

최근에 다시 이 시가 유명해졌다고 한다. 18년 수능 필적확인란에 시의 구절이 나왔다는데 (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아니었지만 ㅠ)

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었는데 !! 개이득적인 부분.....

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는 문학 자습서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.

읽는 순간 뭐 이런 시가 다있지? 했지만

인문학과 철학을 멀리하는 현대사회를 유쾌하게 비꼬는데서 오는 무언가 씁쓸한 것이 참 좋다.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커피의 맛이 이런 것일까? 

이 시에서 가장 값싼 그 프란츠 카프카가 궁금해서 변신을 읽어봤던 기억이 난다.....

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레고르의 이야기에서 박목월 시인의 가정이 생각이 났다.....흡

음...

나는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이 힘든 것이 괴롭다. 

힘들 때 책을 읽는다는 그녀에게서 시를 좋아한다고 들었을 때, 

정말 반가웠고 오랜만에 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 행복했다.

나태주 시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김남조의 편지와 기형도의 빈집을 추천했다.

어쩌면 소금을 붓는 격이 되지는 않을 까 걱정도 됐지만...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문학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.

그나저나

Happy New Year !!!!!!!

조롱박같이 생긴 귀여운 술잔 

너무 너무 재밌었다.

2019년엔 좋은 일만 가아아아아득 했으면 !!